이순신의 "사즉생(死則生)"을 굳이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그 이름 석 자조차 아깝다. 지금의 국민의힘을 보면, '죽기를 각오한' 결단은커녕 자리 하나를 지키기 위해 정견을 접고, 철학을 묻고, 국민의 눈을 피하는 데 급급하다.
참정치는 말이 아니다. 입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언제부턴가 입에 맛 들려 있다. 여론을 쫓아가고, 기자 앞에 서서 '유감'과 '송구'를 반복하며 자신들이 아직 '국민과 함께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을 포장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다 알고 있다. 그 말들이 행동으로 이어진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스스로를 보라. 무책임한 공천, 민심과 괴리된 메시지, 대의를 잃은 내부 분열. 정녕 당신들은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의 국민의힘에는 국민도 없고, 힘도 없다. 오직 자리와 권력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안타까움조차 이제는 무의미해졌다.
‘뱃지’ 하나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차라리 던져라. 그것이 진정한 책임의 시작이다. 아니, 뱃지를 던지는 것조차 미봉책이 아니라면, 정말 책임을 지겠다는 결단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뱃지를 던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이 바라는 건 패배에 대한 감상적 눈물이 아니라, 패배 이후의 진정한 각성과 쇄신이다.
더는 ‘보수’라는 이름에 숨어 있지 말라. 보수는 지키는 정치다. 말이 아니라 가치를 지키고,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보수다. 국민을 잃고도 당만 지키려 한다면, 그것은 보수가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일 뿐이다.
이제는 정리할 때다. 당의 이름부터, 정치의 태도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각오 없이는,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 앞에 설 자리는 없다.
'들꽃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식은 무겁고, 정치는 가벼웠다 –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0) | 2025.05.09 |
---|---|
이재명, 재판은 멈췄지만 헌법은 멈추지 않는다 (0) | 2025.05.08 |
백종원 사례, 예능 프로그램의 사회적 책임과 포퓰리즘의 그림자 (1) | 2025.05.07 |
잊혀진 전염병의 귀환, 홍역 경계령 (2) | 2025.05.07 |
연금소득만으로 살 수 없다 – 노후 준비의 냉혹한 현실 (1) | 2025.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