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칼럼

단식은 무겁고, 정치는 가벼웠다 –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들꽃(정지현) 2025. 5. 9. 13:39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단식에 들어갔다. 이유는 하나, 김문수 대선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당의 승리를 위해, 반(反)이재명 진영의 연대를 위해, 그는 스스로를 굶기로 했다.

 

하지만 이 장면 앞에서 마음이 움직이기는커녕, 헛웃음이 먼저 나왔다. 왜일까. 단식이라는 행위는 원래 권력의 강압에 저항할 때 쓰는 마지막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어두운 시절, 약자들이 내던졌던 고통의 몸짓이었다.

그러나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단식은, 그 모든 역사적 무게를 흉내 내는 정치적 연기처럼 보인다.

 

단일화는 필요할 수 있다.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식을 동원해야 할 만큼 절박한 민생의 문제인가?

국민은 단일화보다 물가를 걱정하고, 부동산을 걱정하고, 내 아이 학원비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 정치권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들의 삶이야말로, 진짜 절박한 단식의 대상이다.

 

단식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건 비단 권성동 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반에 퍼져 있는 감정 정치의 습관이다. 약속을 지켜라, 책임져라, 단일화하라며 단식을 시작하지만, 정작 책임지지 않는 건 유권자 앞에서의 진심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제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정치가 앞으로 나아간 적이 없다.

단식은 무거웠지만, 정치의 내용은 참으로 가벼웠다.

 

국민은 단일화보다, 단일한 책임감 있는 정치를 원한다.

이 단식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 전에, 정치 스스로의 성찰을 이끌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