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칼럼

이재명, 재판은 멈췄지만 헌법은 멈추지 않는다

들꽃(정지현) 2025. 5. 8. 14:1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대선 이후로 연기되었다. 겉으로는 공정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려는 사법부의 판단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법의 시간과 정치의 시간이 교차하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재판 연기의 결정은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다. 이것은 헌법, 사법제도, 정치권력 사이의 충돌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분기점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대한민국 헌법 제84조의 해석을 둘러싼 중대한 헌법적 질문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이미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 대통령 재직 중에도 계속될 수 있는지를 두고 헌법적 해석이 갈리게 된다. ‘재직 중 소추 불가’ 조항은 면책 특권인가, 아니면 권력자에 대한 법의 한계인가. 그리고 유죄가 확정된다면, 이와 충돌하는 헌법 조항은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

 

결국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권한쟁의 심판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단지 절차상의 다툼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어디까지 정치적 현실을 포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두 최고 사법기관의 판단이 충돌할 경우, 그 파장은 정치권을 넘어 헌법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에 위증교사, 대북송금 등 다른 재판들도 진행 중이다.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이 후보를 둘러싼 법적 문제는 끊임없이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다. 법정은 잠시 멈췄을 수 있지만, 헌법은 여전히 질문을 던지고 있고, 정치는 그 답을 피해갈 수 없다.

 

정치가 법의 심판대 위에 설 때,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유권자는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닌, 법과 정의, 국가의 원칙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고 있다. 그리고 그 무게는 지금 이 순간, 조용히 우리 모두의 어깨 위에 얹혀 있다.

 

재판은 멈췄지만, 헌법은 멈추지 않는다. 그 길 위에서 우리가 눈감지 말아야 할 이유다.